" 화엄경배" 이면우 시인

보일러 새벽 가동 중 화염투시구로 연소실을 본다
고맙다 저 불길, 참 오래 날 먹여 살렸다
밥, 돼지고기, 공납금이 다 저기서 나왔다
녹차의 쓸쓸함도 따라 나왔다 내 가족의
웃음, 눈물이 저 불길 속에 함께 타올랐다.

불길속에서,
마술처럼 음식을 끄집어내는 여자를 경배하듯
나는 불길처럼 일찍 붉은 마음을 들어 바쳤다
불길과 여자는 함께 뜨겁고 서늘하다
나는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그래, 지금처럼
나와 가족을 지켜다오 때가 되면
육신을 들어 네게 바치겠다.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김선경 지음
세상에 하찮은 일이란 없다, 하찮게 보는 바보들이 있을 뿐.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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